권동혁 예맛식품 사장은 “김 제품 제조 외에 원초 수집, 저장, 유통, 가공 등의 김 관련 사업에도 나설 계획이다”며 “해외 박람회에서 보면 부러운, 100년 넘는 전문기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예맛식품’은 전통의 맛, 예술 같은 맛을 지킨다는 의미다. 이천=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2012년 코스트코 본사 자체브랜드(PB) 구매 담당 임원과 관계자들이 예맛식품을 방문했다. 일본 코스트코 매장에서 일본 김보다 훨씬 많이 팔리는 한국 김이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어떤 회사가 어떻게 만드는 김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생산설비를 둘러보고 미국에서 가져온 김 제품들과 예맛식품 제품을 비교한 뒤 “원더풀”을 연발하며 즉시 납품해 달라고 했다. 예맛식품 측은 경기 이천시에 있는 1, 2공장만으로는 코스트코의 주문량을 적기에 공급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시간을 좀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 뒤 전남 신안군 압해도에 대지 1만6529m²(약 5000평), 건물 9917m²(약 3000평) 규모의 3공장(신안천사김)을 세웠다. 권동혁 예맛식품 사장(52)은 지난달 23일 이천시 마장면 서이천로 본사 사무실에서 “김은 갯벌, 조수 간만의 차, 수온, 햇빛 등 성장 환경이 까다로워 아무 나라에서나 자라지 않는다”며 “우리나라 최고가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품목이 김”이라고 말했다. 예맛식품은 미국 일본 중국 영국 스페인 스웨덴 호주 등 10개국에 김을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510억 원)의 62.7%인 320억 원(약 3050만 달러)을 수출로 올렸다. 우리나라 김 제품 수출액(2억5000만 달러)의 12.2%를 차지했다. 2012년 10월부터 코스트코에 김을 납품하면서 수출액이 급증했다. 세계 8개국에 650개 매장을 운영하는 코스트코에 PB인 ‘커클랜드 시그니처’로 식품을 공급하는 아시아 기업은 예맛식품이 유일하다. 직원 수 198명의 예맛식품이 지난해 생산한 김은 100억 장(1억 속)으로 대기업인 동원F&B와 풀무원을 빼고는 가장 많았다. 권 사장은 고교 졸업을 앞두고 1980년 인척이 운영하던 서울 중부시장 건어물가게에서 일을 하다 김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마른 김을 소비자에게 단순 판매하는 데 머물지 않고 산지를 돌아다니며 김 원초를 구입한 뒤 가공업체에 팔았다. 그러다 2004년 우리나라 김을 세계화하겠다는 뜻을 품고 창업했다. ‘김 업계의 삼성전자’를 꿈꾸는 그는 수출하려면 품질 못지않게 위생 관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공장에 반도체 제조회사 같은 클린룸을 설치했다. 권 사장은 ‘좋은 제품은 합당한 가격으로 사고팔아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권 사장은 “김이 건강식으로 알려지면서 세계적으로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며 “2020년에는 매출액 1000억 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천=김상철 전문기자 sckim007@donga.com 기사 전문 보기